loading

갑자기 IT 컨설팅이라는 걸 해보겠다고 설쳤던 날들

컨설팅이라는 이름이 주는 막막함

처음 IT 컨설팅 분야에 발을 들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그게 정확히 뭘 하는 일인지도 잘 몰랐다. 그냥 막연하게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고 조언하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주로 코렐드로우(CorelDRAW)나 쓰면서 디자인이나 홈페이지 제작 쪽 일을 깔짝였고, 가끔 주니퍼네트웍스 장비 세팅 보조를 나가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컨설턴트’라는 직함이 붙으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과연 누구에게 뭘 가르치거나 제안할 수 있는 수준인가 싶으면서도, 막상 현장에 나가면 다들 나를 뭔가 대단한 솔루션을 가진 사람처럼 쳐다보는 게 더 당혹스러웠다.

낯선 언어와 문서의 늪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건 기술이 아니라 용어였다. SI 개발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다들 ISMS-P 인증이니 공급망 보안 로드맵이니 하는 무거운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 나는 그 옆에서 MS365 설정 바꾸는 법이나 물어보고 있는데, 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마치 세상을 구하는 기획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보안 컨설팅 패키지 지원이나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게 정말 현실적인 조언인지 아니면 그냥 서류를 맞추기 위한 요식 행위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문서 하나를 만들어도 형식이 정해져 있고, 그 형식을 맞추느라 정작 중요한 해결책은 뒷전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기대와 실무 사이의 간극

한번은 정말 영세한 골목상권 자영업자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 컨설팅을 도와준 적이 있다. 거창하게 AI 시대 어쩌고 하면서 맞춤형 컨설팅을 다이렉트로 연계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면 인터넷 연결부터 불안정해서 고생했다. 50만 원 내외의 소규모 예산으로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 것도 벅찬데, 거기다가 무슨 고도화 방안을 넣으라고 하니 참 난감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바로 매출이 오르는 마법 같은 걸 기대하는데, 나는 당장 매장에 있는 낡은 PC의 보안 취약점 패치부터 걱정하고 있으니 대화의 온도가 너무 달랐다.

경력이라는 이름의 모호함

요즘 들어 사주나 운세 보러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웃음이 난다. 나도 고민이 많을 때 ‘기존 경력을 살려 업종을 전환하라’는 말을 들었거든. 근데 그게 말처럼 쉽나. 제조 쪽 경험이 있다고 바로 IT로 넘어와서 컨설팅이 되는 것도 아니고, 홈페이지 제작 좀 해봤다고 SI 대형 프로젝트의 흐름을 꿰뚫는 것도 아니다. 주니어급으로 시작해서 무작정 부딪히다 보니, 내가 하고 있는 게 컨설팅인지 그냥 현장에서 심부름하는 건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며칠 전에는 10년 차 선배가 와서 ‘넌 아직 컨설턴트로서의 관점이 부족해’라고 하는데, 사실 그 관점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정답이 없는 현장의 피로감

결국 IT 컨설팅이라는 게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끊임없이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을 얼마나 덜 아프게 넘기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 GS네오텍이나 아틀라시안 같은 큰 회사들이야 거창한 협업 플랫폼을 내세우지만, 당장 오늘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네트워크 장비가 뻗어버리면 다 소용없지 않나. 나도 며칠 밤을 새우며 컨설팅 보고서를 썼지만, 정작 현장에선 ‘그래서 내일부터 뭐가 바뀌는데?’라는 질문 하나에 할 말이 없어지곤 한다. 아마 다음 프로젝트에 들어가도 비슷한 허탈함을 느끼겠지. 무언가 거창한 정답을 내놓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매번 다짐하면서도 막상 현장 가면 또 무언가 그럴듯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내가 참 어설프다.

“갑자기 IT 컨설팅이라는 걸 해보겠다고 설쳤던 날들”에 대한 3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