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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손으로 적는 게 빨랐던 수발주 시스템의 기억

처음 우리 팀에서 수발주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막연하게 기대감이 컸다. 엑셀로 일일이 정리하던 방식이 너무 구식처럼 느껴졌고, 무엇보다 데이터가 쌓이면 성과 관리나 실적 분석이 훨씬 쉬워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Node.js 기반으로 가볍게 시작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실무에 적용해보니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았다. 개발자 친구에게 조언을 구할 때는 단순히 ‘데이터 입력만 편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입력하는 과정 자체가 업무의 병목 구간이 되어버렸다.

자동화가 가져온 의외의 업무 부담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데이터의 정확도였다. 사람이 엑셀에 입력할 때는 대충 눈대중으로 맞추던 오차들이 시스템에 들어가니 바로 빨간색 경고등으로 찍히기 시작했다. 이게 처음에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이 오류를 수정하는 시간만 하루에 2시간씩 잡아먹었다. 기존에는 그냥 넘어가던 사소한 실수들이 시스템상에서는 ‘데이터 불일치’가 되니까, 오히려 이전보다 업무가 훨씬 더 꼼꼼하고 피곤해졌다. 자동화가 편할 거라는 기대가 사실은 더 정교한 관리를 요구하는 거였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VM 환경 설정에서 겪은 사소한 짜증

서버를 구축하면서 VM 환경을 설정할 때도 문제였다. 우리 회사 IT 환경이 좀 폐쇄적이라서 방화벽을 하나하나 다 열어줘야 했는데, 보안 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이럴 거면 차라리 외부에 있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툴이나 무료 ERP를 쓰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비용 문제 때문에 자체 구축을 고집했던 건데, 사실 그 시간에 드는 인건비랑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그게 더 손해였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계속 남는다. 실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기분이랄까.

데이터 연동과 현실의 괴리

생산 쪽 데이터랑 판매 데이터를 연동하려니 또 다른 난관이 있었다. 현장에서는 Barcode나 RFID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서, 결국 누군가는 수동으로 실적을 다시 시스템에 입력해야 하는 구조가 되었다. ‘생산실적 자동 수집’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생산 담당자가 자기 업무 끝내고 퇴근하기 직전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엑셀 파일을 업로드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게 정말 효율적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냥 IT 기술을 흉내 내고 있는 건지 가끔 회의감이 든다.

관리가 아니라 감시가 된 기분

어느 정도 시스템이 정착되고 나니, 팀원들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실적관리시스템이 투명해지니까 누가 언제 얼마나 업무를 처리했는지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에는 서로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돕던 일들이, 이제는 ‘이건 내 업무 범위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시스템 로그에 찍히게 되었다. 성과평가를 위해 도입한 툴이 오히려 팀의 분위기를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만든 것 같아 씁쓸하다. 관리가 정밀해진 건 맞는데, 그만큼 서로를 믿고 일하던 여유는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이걸 다 구축해야 했을까 하는 마음

결국 수개월이 지나고 시스템이 돌아가는 걸 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1억 원 가까이 투입해서 만든 이 시스템이 과연 우리가 이전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게 해주었는가? 글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예전에는 그냥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던 문제들이 이제는 ‘시스템에 등록하고 결재 요청을 올려야 하는’ 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가끔은 너무 많은 데이터가 오히려 본질을 흐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은 지금 이 상태로 유지하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싶다. 과연 그때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손으로 적는 게 빨랐던 수발주 시스템의 기억”에 대한 4개의 생각

  1. 데이터 불일치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 들게 되네. 특히 생산 데이터랑 판매 데이터 연동 문제, 현장 상황이랑 시스템이 잘 맞지 않는 경우 많은 문제 발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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