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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AI 학원까지 등록했는데 왠지 모를 찝찝함

퇴근 후의 피로감과 막연한 불안함

요즘 다들 AI, AI 하니까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사실 회사에서 하는 일도 AI랑은 거리가 좀 먼, 전형적인 사무직 업무라 데이터 분석이니 로봇 플랫폼이니 하는 뉴스들이 솔직히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퇴근길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AI 교육원을 등록했다. 한 달 수강료가 대략 80만 원 정도였나. 결제할 때 손이 좀 떨리긴 했는데, 이게 일종의 보험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첫 수업 날, 6시 30분에 맞춰 도착하려고 지하철에서 샌드위치 하나 대충 씹어 삼키고 뛰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이미 지쳐버렸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실체

수업 첫날은 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사님은 엄청난 속도로 화면을 넘기며 ‘질문을 잘해야 좋은 답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건 유튜브만 봐도 나오는 내용 아닌가 싶어 조금 김이 빠졌다. 그런데 실습 시간에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를 써보라고 해서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를 입력해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내 마음처럼 안 되더라. 내가 ‘멋진 미래 도시’라고 치면 무슨 80년대 SF 영화에 나올 법한 조잡한 그림만 계속 나왔다. 옆자리에 앉은 수강생분은 벌써 전문가처럼 세부 설정을 다 건드리고 있는데, 나는 프롬프트 창에 ‘제발 좀 제대로 그려봐’라고 한글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이게 기술의 발전인지, 아니면 내가 기술의 노예가 되어가는 과정인지 문득 헷갈렸다.

병원 AI 상담 내용이 갑자기 왜 생각나는지

수업 듣다가 잠깐 딴짓을 하느라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들을 훑어봤다. 어떤 분이 몸이 좀 이상하다고 상담을 올렸는데, 답변 중에 ‘아래는 AI가 작성한 답변입니다’라며 루게릭병 가능성을 언급한 글이 있었다. 그걸 보는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리가 여기서 낑낑대며 배우는 AI가 누군가에겐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는 도구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기계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다. 강의실 안의 열기는 뜨거운데, 왠지 다들 각자의 목적지로 가는 길에 서 있는 방황하는 파편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앱시트 실습에서 마주한 벽

다음 주에는 앱시트(AppSheet)로 간단한 업무 자동화 툴을 만드는 실습을 했다. 엑셀 파일 하나 올려두고 앱을 만드는 과정인데, 이게 코딩을 몰라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더라. 그런데 웬걸, 엑셀 구조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앱시트는 오류 메시지만 주구장창 띄웠다. ‘The formula cannot be evaluated’ 같은 빨간 글씨가 뜰 때마다 혈압이 올랐다. 강사님을 불러봐도 ‘이건 데이터 구조를 먼저 다시 잡으셔야 해요’라는 당연한 소리만 하신다. 나도 데이터 구조를 잡고 싶지 않은 게 아닌데, 그게 안 되니까 지금 이걸 듣고 있는 거 아니겠나. 결국 수업 시간 안에 끝내지도 못하고 찜찜하게 노트북을 덮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막연한 목표

데이터 분석 학원인지, AI 교육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커리큘럼이 방대하다. 파이썬도 조금 건드리고, SQL도 찍먹하고, 이제는 이미지 생성까지 다 해야 한단다. 이렇게 다 얕게 배우고 나면 정말 내 몸값이 오르긴 하는 걸까? 회사 동료한테 요즘 학원 다닌다고 하니까 ‘요즘 그거 배우면 연봉 협상에 유리하대?’라고 물어보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퇴근하고 집에 바로 들어가면 왠지 도태되는 기분이라, 강남역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는 게 내 하루의 루틴이 된 것 같다.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느낌

수업이 끝나고 밤 10시쯤 학원을 나서면 강남역의 화려한 조명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 조명들 아래를 지나가는 수많은 AI 전문가 지망생들, 혹은 나처럼 불안을 달래러 온 직장인들. 80만 원이 비싼 건지 싼 건지 이제는 생각도 안 든다. 다만 수업 시간에 배운 기술들이 내일 당장 회사 업무에 쓰일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가끔은 그냥 퇴근하고 드라마나 보면서 쉴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또 가끔은 그래도 하나라도 더 아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한다. 이 불안함이 해결될 리가 없는데, 왜 계속 이런 것들을 찾게 되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그냥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간다.

“퇴근하고 AI 학원까지 등록했는데 왠지 모를 찝찝함”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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