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지원 학원 문을 두드리기까지의 고민
사실 처음에는 고민이 참 많았다. 장애 때문에 매일 출퇴근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군을 찾게 됐고, 사람들 이야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져보다가 웹퍼블리싱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다. 파이썬으로 이것저것 업무 자동화나 크롤링을 조금씩 만져보면서 ‘아, 이거라면 나도 집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때 마침 국비지원 학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6개월 정도 되는 과정이었는데, 비용도 거의 전액 지원받을 수 있으니 나 같은 상황에선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그때는 그저 코드 몇 줄 짜서 화면에 예쁘게 나오기만 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커리큘럼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하루에 8시간씩 꼬박꼬박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꽤 고통스러웠다. 진도는 마치 누가 쫓아오는 사람처럼 빨랐다. HTML과 CSS를 겨우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자바스크립트로 넘어가고, 조금 익숙해질 만하면 프레임워크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강사님은 ‘요즘은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라며 휙휙 넘어가는데, 나는 따라가느라 허덕였다. 옆에 앉은 사람들은 벌써 개인 프로젝트 구상 중이라는데 나는 레이아웃 하나 제대로 잡는 것도 버거웠다. 가끔은 내가 이 길이랑 안 맞는 건 아닌가 싶어서 집에 오는 길에 멍하니 하늘을 보기도 했다. 학원비 0원, 그러니까 전액 지원이라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아마 중간에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넥써스나 세가퍼블리싱 같은 회사의 공고를 보며
공부를 좀 하다 보니 뉴스에도 눈이 가더라. 웹3이나 게임 퍼블리싱 같은 거창한 단어들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렸다. ‘넥써스’가 뭐 수백억을 들여서 원스토어랑 뭘 한다거나, ‘세가퍼블리싱코리아’에서 신작 게임을 낸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저런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런 기업들은 내 실력으로는 택도 없었고, 애초에 퍼블리셔 한 명 뽑을 때도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퍼블리싱이라는 이름이 붙은 회사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괴리감을 느꼈다. 그들은 정말 거대한 자산과 규모로 움직이는데, 나는 겨우 div 태그 하나 위치 잡느라 끙끙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재택근무라는 좁고 험한 길
재택근무로 일을 하려면 정말 실력이 확실하거나, 아니면 운이 좋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특히나 웹퍼블리싱 쪽은 팀원들과 소통할 일이 너무 많다. 기획자가 가져온 디자인 시안을 보고 ‘이거 구현 가능해요?’라고 물을 때마다 덜컥 겁부터 났다. 실제로 재택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줌(Zoom)으로 회의하고 슬랙(Slack)으로 끊임없이 메신저를 주고받아야 한다. 혼자 조용히 코딩만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게 꽤나 당혹스러웠다. 오히려 더 꼼꼼하게 소통해야 하고, 반응형 웹을 짤 때마다 기기별로 깨지는 부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웹디자이너 자격증은 과연 쓸모가 있을까
공부하면서 웹디자이너 자격증 같은 걸 따야 하나 고민도 참 많이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변에서는 그냥 포트폴리오를 잘 만드는 게 훨씬 낫다고 하더라. 자격증은 이력서의 한 줄일 뿐이지 실제로 코드를 어떻게 짜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자꾸 자격증 정보만 검색하게 된다. 학원 끝나고 나면 남는 건 결과물뿐인데, 과연 내가 만든 홈페이지 구축 샘플들이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지 여전히 의문이다. 어제는 매출관리프로그램 화면을 퍼블리싱하다가 도저히 안 풀려서 밤을 샜다. 결국 해결은 했는데, 이게 정석적인 코드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꼼수를 부린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솔직히 지금도 확신은 없다. 내가 배운 것들이 실무에서 얼마나 쓰일지, 그리고 과연 내가 재택 환경에서 누군가의 밑에서 일할 수 있을지 말이다. 학원을 다니면서 든 생각은,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기술과 언어가 있고 내가 따라가야 할 속도는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발을 들였으니 조금 더 묵묵히 버텨보는 수밖에. 요즘은 파이썬 자동화 툴 공부를 조금씩 병행하고 있는데, 이게 나중에라도 나를 도와주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라는 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내일도 조금씩 코드를 만지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물을 내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 것 같다.

레이아웃 하나 제대로 잡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데, 저도 처음 웹 디자인 시작할 때 비슷한 고민을 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