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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콘텐츠 장비 하나 빌리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광주CGI센터 근처에서 서성이던 날

지나가다가 우연히 광주CGI센터 근처를 들를 일이 있었다. 사실 거창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영상 작업하다가 문득 실감콘텐츠 제작 환경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요즘 하도 버추얼 프로덕션이니 뭐니 말이 많길래 무작정 한 번 가본 거였다. 도착해서 보니 건물 규모는 생각보다 컸는데, 딱히 뭘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안내판만 봐서는 도통 감이 안 오더라. 요즘은 AI니 뭐니 하면서 다들 난리라는데 정작 현장에서 피부로 와닿는 건 그냥 거대한 장비들이 들어차 있는 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괜히 들어갔다가 경비 아저씨랑 눈 마주치고 민망해서 쭈뼛거렸던 기억이 난다.

300억 넘게 쏟아붓는다는데 체감은 글쎄

뉴스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339억을 투입한다니 뭐니 하는 기사를 볼 때는 세상이 엄청나게 바뀔 것처럼 느껴졌다. 당장 내 컴퓨터로 언리얼 엔진 돌리면서 렌더링 시간 때문에 속 터지는 와중에 그런 기사를 보면 더 그렇다. 광주에 있는 GCC나 CGI센터 같은 곳들이 고도화된다고는 하는데, 이게 나 같은 개인 작업자나 작은 규모의 팀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인프라를 늘린다는 건 좋은데, 정작 그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한 절차나 문턱은 여전히 저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다. MS 오피스나 몇 가지 툴을 가지고 웹사이트 제작이나 사내 인트라넷을 굴리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인데, 갑자기 실감콘텐츠니 뭐니 하니 괴리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CGI 합성 기술, 공부할수록 더 어려워져

집에 돌아와서 다시 영상 편집 툴을 켜고 앉았다. 블랙레드 염색 물 빼는 법이나 검색하고 앉아있다가 문득 CGI 합성 기술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얼마 전 봤던 괴물 영화 리뷰에서 CGI 퀄리티가 낮다고 혹평을 받는 걸 읽었는데, 사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싶기도 하고. 인디와이어 비평가가 ‘미이라 2 이후 최악’이라고 썼다던데, 그 정도 평을 들으려면 도대체 얼마를 쓰고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 건지 상상이 안 간다. 실시간 트래킹이니 라이팅이니 하는 것들은 국책 과제 이름에서나 보던 거라 솔직히 지금 내 작업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기술처럼 느껴진다.

렌더링 기다리다 지쳐서 쓴 푸념

프로그램 하나 돌려놓고 지금 렌더링이 50퍼센트쯤 진행 중이다. 이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지루하다. 차라리 사내 인트라넷 구축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하다. 예전에 인스타 광고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깝치다가 CGI 렌더링 때문에 꼬박 이틀을 밤샜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때 든 비용만 해도 대충 계산해봐도 몇 십만 원은 깨졌던 것 같은데, 결과물은 광고주가 원하는 느낌이랑 완전 딴판이었고. 결국엔 그냥 로우 데이터 그대로 툭 던져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런지, 이제는 어디서 무슨 기술이 좋다고 해도 일단 한 귀로 흘리게 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굳이 이걸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까

가끔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다. 로봇처럼 반복되는 영상 소스 정리, 그리고 로봇처럼 렌더링 시간 체크하는 내 모습이 참 기계 같다. 광주CGI센터나 다른 인프라들이 더 좋아진다고 해서 내 작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 같지도 않고, 결국 중요한 건 내 머릿속에 있는 기획인데, 그 기획조차 요즘은 안 떠올라서 머리를 쥐어뜯는다. 다들 어디서 그런 기술력을 빌려오는지, 아니면 나만 모르는 무슨 솔루션이 있는 건지 가끔은 답답하다. 사실 그냥 손을 떼고 싶다가도 막상 마무리된 영상을 보면 또 다음엔 뭘 해볼까 고민하게 되는 게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오늘은 렌더링이 잘 마무리되기나 했으면 좋겠다. 아까부터 노트북 팬 돌아가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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