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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포털에 문서 하나 올리는 게 왜 이렇게 복잡해졌나

보안 프로그램 설치하고 다시 재부팅하기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커피 한 잔 타는 게 아니라, PC 필터 관련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게 되어버렸다. 얼마 전부터 회사 업무 포털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문서 보안 솔루션이 새로 깔렸는데, 이게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그냥 문서를 드래그해서 올리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파일을 업로드할 때마다 뭔가 암호화하는 시간이 걸린다. 0.5초면 될 일을 굳이 3초씩 기다려야 하는 그 답답함이란. 특히 급하게 결재받아야 할 서류라도 있는 날에는 컴퓨터 화면 앞에서 멍하니 로딩 바가 차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도대체 누굴 위한 보안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 팀장님은 이게 다 데이터 3법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솔직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업무 속도만 떨어진 느낌이다.

집에서도 생각나는 보안의 날

매달 돌아오는 ‘사이버 보안 진단의 날’이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다들 알다시피 그날은 PC 취약점 점검을 하느라 오전 시간을 거의 통째로 날린다. 작년까지는 대충 점검 버튼 누르고 커피 한 잔 마시러 다녀오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보안 정책이 강화되어서 그런지 중간중간 ‘비밀번호를 변경하세요’라거나 ‘사용하지 않는 프로세스를 종료하세요’라는 알림이 팝업처럼 튀어나온다. 가끔은 너무 열받아서 스마트홈 IOT 기기들까지 다 연동해서 보안 점검을 해야 한다는 공지를 볼 때면, 내가 회사 일을 하는 건지 보안 요원이 된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얼마 전에는 포티넷 장비 로그 때문에 전산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문서 하나 공유하는 것도 일이다

우리 회사는 EDMS를 쓰는데, 이 시스템이 참 독특하다. 외부 업체랑 협업할 때 기술 문서를 전달해야 하면, 이게 DRM이 걸려 있어서 상대방은 열어볼 수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은 암호화 해제 신청을 따로 하고, 결재권자의 승인을 받고 나서야 파일을 보낼 수 있다. 지난주에는 급한 특허 자료 하나 보내는데 이 절차 때문에 반나절을 다 썼다. 대기업들이야 자체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우리 같은 곳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차라리 클라우드 기반으로 편리하게 넘어가면 좋겠는데, 또 보안성 검토니 뭐니 하면서 막히는 게 일상이다. 2차 벤더 통해서 자료 넘길 때도 보안 문서냐 아니냐로 따지다가 회의 시간 다 보낸 적도 있다.

암호화와 편리함 사이의 어딘가

가끔은 딥페이크니 양자컴퓨터니 하는 뉴스를 보면 보안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이해한다. 정보보안학과 나온 후배가 와서 로그 분석 경험 어쩌고저쩌고하며 설명을 해주는데, 듣고 있으면 다 맞는 말 같긴 하다. 근데 막상 내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엑셀 파일 하나 편집하려고 하면, 보안 솔루션이 자꾸 파일을 잠가버려서 다시 로그인해야 하는 그 현실적인 불편함은 누가 해결해 주는 걸까. 데이터 3법이니 ISMS니 하는 거창한 이름들 뒤에 숨겨진 복잡한 절차들이 내 업무 시간을 갉아먹는 건 사실이니까. 얼마 전에는 너무 답답해서 보안 정책 예외 신청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그러려면 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더라. 결국 그냥 포기하고 느린 시스템에 몸을 맞추기로 했다.

어쨌든 오늘도 퇴근은 늦어졌다

이렇게 보안 프로그램을 켜두고 하루를 보내다 보면 퇴근할 때쯤엔 정말 진이 다 빠진다. 시스템이 무거워지니까 가끔은 오피스 프로그램이 튕기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아, 저장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한다. 결국은 보안이 내 업무의 효율성을 챙겨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물이 된 것 같다는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다음에 또 보안 솔루션 업그레이드한다는 공지가 올라오면 이번엔 제발 좀 가볍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마도 또 무거워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내 PC는 보안 점검 중이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그냥 좀 편하게 일하고 싶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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