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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작 외주 맡겼다가 편집본 때문에 골치 아팠던 기억

처음에는 단순히 예산 문제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브랜드 홍보용으로 짧은 15초짜리 쇼츠 영상을 하나 만들 일이 있었다. 요즘은 다들 릴스나 유튜브 쇼츠로 홍보를 하니까 우리도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처음엔 아는 동생한테 맡길까 하다가 그래도 전문 업체가 낫겠지 싶어서 대전 근처에 있는 제작사 몇 곳을 알아봤다. 사실 거창한 광고는 아니고, 그냥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릴 정도의 퀄리티면 충분하다고 봤다. 수의계약 형식으로 300만 원 정도 예산을 잡았는데, 이게 적은 건지 많은 건지도 사실 감이 잘 안 왔다. 처음엔 업체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이 정도면 우리 것도 잘 나오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이탈리아 감성이라고 말했지만 그냥 색감만 보정한 느낌

결과물을 처음 받아보고 솔직히 당황했다. 리센느나 카사베르디 광고 같은 영상들을 레퍼런스로 던져주면서 ‘이런 분위기를 원한다’고 했었는데, 정작 받아본 건 그냥 고화질 카메라로 찍은 캠코더 영상 같았다. 분명히 편집자랑 미팅할 때 ‘색감을 좀 더 감성적으로 잡아달라’고 몇 번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너무 투명하고 정직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TV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업체 측에서는 이게 가장 깔끔하고 신뢰감을 주는 톤이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그냥 돈 쓴 티가 안 나는 결과물처럼 보였다. 다시 수정 요청을 하려니 계약서에 명시된 수정 횟수 3회를 벌써 다 써버려서 더 이상의 추가 수정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 여기서부터 마음이 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수의계약 후에는 돌이키기 어렵다는 생각

한번 계약을 체결하고 나니까 제작사는 생각보다 더 수동적이었다. 분명 처음에 견적 상담할 때는 엄청나게 열정적이었는데, 막상 촬영 끝나고 편집 들어가니까 피드백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심진화 씨가 예능에서 말했던 그런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CF 성공 신화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내가 생각했던 ‘톤’은 맞춰줄 줄 알았는데 말이다. 광고 대행사나 큰 프로덕션이 아니라 작은 스튜디오라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요구 사항이 명확하지 않았던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영상은 그냥 인스타그램 광고용으로 한 번 돌리고 끝냈다. 300만 원이라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 기분이었지만, 그걸 가지고 다시 법적으로 따지거나 하는 것도 너무 피곤한 일이라 그냥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TV 광고처럼 보이고 싶었지만 현실은 유튜브 쇼츠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으로 4K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시대라 그런지, 전문가한테 맡기는 거에 대한 환상이 좀 깨졌다. 시몬스 침대 광고처럼 뭔가 철학이 담긴 영상을 만들고 싶었던 건 내 욕심이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쪽은 예산 규모 자체가 다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300만 원도 적은 돈이 아니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대전 지역 버스 광고나 간단한 홍보물 위주로 하던 곳이라 숏폼의 호흡과는 좀 안 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이제는 영상 외주 맡기기가 무섭다. 차라리 내가 직접 프리미어 프로를 배워서 내 입맛대로 자르고 붙이는 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도 남은 찝찝함과 다음 계획

영상 제작 과정이 이렇게까지 사람 진을 빼놓을 줄은 몰랐다. 처음 견적을 받을 때는 분명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과물이 나오고 나니 이게 정말 최선이었는지 확신이 안 선다. 나중에 다른 곳에 물어보니 그 가격이면 숏츠 3개는 뽑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계약하고 끝난 일을. 다음에는 정말 잘하는 곳을 찾아서 제대로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또 돈 날리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마 다음번에는 그냥 직접 기획해서 최소한의 장비로 가볍게 시작해보지 않을까 싶다. 굳이 큰돈 들여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그게 정신 건강에는 더 이로울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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