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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업체와 씨름하다가 결국 직접 코딩을 시작해버린 이야기

처음에는 단순히 우리 회사 내부에서 쓸 일정관리프로그램 하나가 필요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것들은 너무 범용적이라 우리 팀의 특수한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도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앱개발회사 몇 군데에 견적을 문의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앱개발비용이 내가 생각했던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 견적서 몇 장을 받아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소규모 프로젝트인데도 불구하고 몇천만 원 단위가 우습게 찍히더라. SI업체를 통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더 큰 돈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개발자 채용의 늪에 빠지다

외주가 안 되면 사람을 뽑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개발자채용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로켓펀치나 원티드 같은 곳을 매일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찾으려고 보니, 어떤 수준의 개발자가 필요한지조차 가늠이 안 되는 게 문제였다. 초급 개발자 한 명을 뽑아도 최소 4천만 원 이상의 연봉은 생각해야 했다. 거기다 4대 보험에 사무실 자리까지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처음에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게 싸게 먹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채용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몇 번 봤는데,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유니티와 맥북 사이의 불협화음

결국 답답한 내가 직접 해보겠다고 나섰다. 맥북을 하나 새로 샀다. 다들 실리콘 맥북이 좋다길래 덥석 구매했는데, 막상 유니티를 설치하려고 하니 꼬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텔 맥북용 파일이랑 실리콘용 파일이 따로 있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헤맸다. 설치 파일 하나 받는 데만 반나절을 썼다.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사소한 설정에서 시간을 다 잡아먹는 건지, 아니면 내가 뭘 몰라서 이러는 건지 참 알 길이 없었다. 개발 환경 설정하다가 하루가 다 갔을 때는 정말 현타가 제대로 왔다.

문서보다 코드가 더 친절할 때가 있다

어찌어찌 환경은 구축했는데, 코드를 짤 때마다 에러 메시지가 쏟아졌다. 스택오버플로우를 뒤지는 시간이 코딩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가끔은 잘 돌아가던 기능이 다음 날 출근해서 켜보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어제 뭘 건드린 건지 기억도 안 난다. 누구는 ‘코드에 주석을 잘 달아라’라고 했지만, 막상 마음이 급해서 일단 돌아가게만 만들려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암호문 같은 코드가 되어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했어야 했는데 싶기도 하다.

예상했던 2개월이 반년이 되어갈 때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2개월이면 대충 모양새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매일 밤 야근을 하며 조금씩 기능을 추가하고 수정하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헬로로봇 같은 멋진 기술 선구자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조잡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무언가 움직이는 걸 보면 묘한 성취감이 들기도 한다. 다만 이게 정말 회사 업무 효율을 높여줄지, 아니면 짐만 되는 건지 가끔 회의감이 든다. 어플개발회사에 맡겼던 그 거대한 견적서가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들이 말하는 비용은 단순히 코딩 비용이 아니라 이런 시행착오를 다 포함한 금액이었을 테니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수정 작업

지금도 여전히 버그를 잡고 있다. 어제는 날짜 선택 기능에서 오타 하나 때문에 전체 로직이 꼬여서 세 시간을 날렸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문제가 터질지 솔직히 겁이 난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지금 당장 다른 걸 알아보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어쩌면 처음부터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던 게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엑셀로 버텼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퇴근길 버스 안에서 문득 들곤 한다. 내일은 또 어떤 에러를 마주하게 될지, 그리고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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