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EFI Shell 화면과 마주한 아침
아침에 눈 뜨자마자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 기획서 마감 날짜를 확인하고 노트북을 켰는데, 평소처럼 윈도우 바탕화면이 뜨는 대신 까만 화면에 흰 글씨만 가득한 EFI Shell 환경이 나를 반겼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 기획서 초안도 완성이 안 된 상태인데 노트북마저 나를 배신하나 싶어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일단 F11을 눌러서 부팅 순서를 직접 지정해보니 윈도우로 겨우 진입은 됐는데, 이게 매번 부팅할 때마다 이 난리를 쳐야 하는 건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예전에 쓰던 MSI 노트북은 참 조용히 잘 돌아갔는데, 지금 기기가 너무 예민한 건지 아니면 내가 뭔가 설정을 잘못 건드린 건지 도통 모르겠다. 부팅 디스크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분명 뭔가 꼬였다는 뜻인데, 다시 포맷을 하기엔 안에 담긴 자료들이 너무 방대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1인실 공용오피스에서의 단기 고립
지금 작업하고 있는 곳은 강남의 한 공용오피스 1인실이다. 한 달 임대료로 70만 원 정도 나가는데, 사실 이 돈이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여기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이 없어서 그냥 버티는 중이다. 창문이 없는 방이라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잘 안 되는데,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어제는 꼬박 밤을 새우면서 이번 TIPS 연계 사업 지원 공고를 훑어봤다. 관광플러스테크 브릿지 관련해서 AI 활용 부문이 눈에 띄던데, 사실 우리 기술로 거창한 서비스를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냥 정부 지원금 받아서 급한 불 끄고, 인건비 충당하고 나면 끝인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문득문득 든다. 주변에선 다들 로컬크리에이터니 뭐니 하면서 잘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괜히 노트북 부팅 문제에 더 예민해졌나 보다.
IR 피칭 준비와 기술력 사이의 간극
지난번 대전에서 열린 스타트업 창업경진대회에 갔다가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들을 좀 만났다. 거기서 다들 하나같이 ‘기술의 확장성’을 이야기하더라. 우리 팀은 지금 React 기반으로 웹 서비스를 다듬고 있는데, 사실 이 기술이 아주 혁신적이라고 말하기엔 요즘 너무 흔하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같은 모델을 써서 법률이나 고객 응대 쪽으로 자동화하는 곳들이 워낙 많아져서, 우리가 가진 독자적인 DB가 없으면 결국 도태될 게 뻔하다. IR 피칭 자료를 만들 때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 막막하다. 기술은 그냥 수단일 뿐인데, 마치 우리가 대단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처럼 서술해야 하는 이 상황이 때로는 아주 피곤하다. 누군가는 기술력을 강조하라고 하고, 누군가는 수익 모델을 보라고 하는데 둘 다 챙기려다 보니 노트북 배터리처럼 나도 방전되는 기분이다.
해외 투자 유치와 현실적인 괴리감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바르셀로나 상공회의소와 투자 협력을 한다더라. 스페인까지 가서 R&D 네트워크를 쌓는다는 게 정말 대단해 보였다. 호주도 그렇고 다들 IPO 시장 살리려고 규제 완화하고 난리인데,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 입장에선 해외는커녕 당장 다음 달 임대료 걱정부터 앞선다. 정부 과제 하나 따려고 수백 페이지 문서를 만드는 게 과연 생산적인 일인지, 아니면 그냥 행정적인 소모품이 되어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제 작성하던 기획서 초안을 보다가 결국 다 지워버렸다. 논리는 그럴듯한데, 그래서 우리가 이걸 해서 뭘 남길 건지에 대한 답이 비어있었다. 노트북 부팅 문제나 해결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야겠다. 일단 지금은 다시 F11을 눌러서 컴퓨터를 켜는 것부터 시작이다.

R&D 네트워크 구축은 멋지지만, 현실적으로 다음 달 고정 비용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좀 답답하네요.
AI 활용 부문에 AI 기술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껍데기만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MSI 노트북처럼 부팅 자체는 되는데,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보이네요.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좀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