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이런저런 앱 이야기를 하길래, 사실 별생각 없이 홧김에 깔아봤다. 요즘 다들 한다는 소개팅 앱 말이다. 앱스토어에서 평점이 나쁘지 않고, 사용자가 꽤 많아 보이는 걸로 골랐는데 막상 결제를 하려니 1개월에 2만 5천 원 정도가 결제되더라. 치킨 한 마리 값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돈을 쓰고 나니 이게 뭐라고 싶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냥 모바일 투표하듯 사진 넘기는 게 게임 같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딱 사흘 지나니까 이게 슬슬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무 많아서 고를 수 없는 피로감
앱을 켜면 일단 쏟아지는 프로필들이 문제다. 누구는 부산 모임에 나가는 사진을 올리고, 누구는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데 다들 하나같이 너무 잘난 사람처럼 보이니까 오히려 의욕이 꺾인다. 캐리커쳐 어플로 프로필을 예쁘게 꾸민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나처럼 대충 찍은 사진을 올린 사람 입장에서는 괜히 주눅 들기도 하고. 사실 다들 메시지만 주고받는 거지, 실제로 만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오은영 박사가 TV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선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더라.
메시지 함에 쌓이는 의미 없는 인사말
가장 귀찮았던 건 끊임없이 오는 ‘하이’ 혹은 ‘주말에 뭐 하세요?’ 같은 인사들이다. 이걸 다 답장하자니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있어야 할 판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너무 낯익은 얼굴이라 캡처해서 친구에게 보냈다가, 그 사람이 우리 동네 맛집 정보 공유하는 단톡방 사람인 걸 알고 기겁했다. 그 뒤로는 앱을 켜기가 더 껄끄러워졌다. 영어 앱으로 언어 공부나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접속 기록을 서로 확인하는 것도 일이라, 그냥 앱을 삭제할까 말까 고민만 며칠째 이어지는 중이다.
오프라인 만남의 기대와 현실 사이
영상으로 먼저 상대를 확인하는 기능이 있는 앱도 써봤는데, 이건 또 영상 속 모습과 실제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성혼비가 얼마니 하는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 같고, 당장 오늘 저녁에 만날 사람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주변에서는 결혼 프로그램 보면서 남의 연애사를 비판하기 바쁘지만, 막상 본인들의 일상이 되면 이토록 복잡한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지금 내 핸드폰 구석에는 잊힌 앱들이 몇 개 더 쌓여 있는데, 이걸 다 지워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결국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사실 특별히 누굴 만나서 인생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앱을 깔고 나서 얻은 건 외로움이 해소된 게 아니라 오히려 디지털 세상에서의 피로감뿐이다. 어제는 앱 접속 기록을 보다가 그냥 로그아웃 해버렸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혹은 내가 누군가를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하게 불쾌한 기분을 남긴다. 당분간은 그냥 앱을 켜지 않을 생각이다. 삭제를 안 하는 건 아마도 나중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앱깔고 나서 시간 낭비만 했네요. 영어 공부 앱으로 바꾸면 좀 더 의미 있었을 것 같아요.
앱을 켜지 않기로 한 게, 가끔 굳이 다른 사람의 관심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제 일상에 집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잊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부산 모임 사진 보니까 저도 한번 제대로 된 거 찍어봐야겠다. 뭔가 부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