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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도입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

우리 회사 데이터가 다 따로 노는 이유

요즘 어딜 가나 AI니 뭐니 이야기가 많다. 우리 회사도 경영진이 어디서 보고 왔는지 ERP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자고 한 게 작년 말이었다. 기존에 쓰던 낡은 엑셀 파일들, 부서마다 제각각인 재고 현황, 그리고 회계법인에 매번 따로 보내야 했던 데이터들까지 한 번에 정리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처음엔 나도 이제야 좀 스마트하게 일하나 싶어서 내심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근데 이게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데이터가 정제되어 있기는커녕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부서별로 데이터 입력 기준이 다 제각각이니 시스템을 통합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답이 안 나왔다.

엑셀과 ERP 사이에서 겪는 피로감

결국 구축 업체 사람들을 만나고 컨설팅을 받으면서 깨달은 건, ERP가 들어온다고 해서 마법처럼 업무가 자동화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시스템에 입력해야 할 항목이 더 늘어나서 기존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그냥 간단하게 정리해서 올리던 발주서도 이제는 품목별로 코드를 다 따서 정해진 필드에 입력해야 한다. 이게 숙달되기 전까지는 매일 야근이다. 게다가 회계 팀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추려니 또 다시 엑셀로 한 번 더 가공을 해야 한다. 시스템을 쓰는데 결국 엑셀을 곁들여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나만 겪는 건 아닐 거다.

대기 전력 설정 하나 때문에 겪은 해프닝

얼마 전에는 사무실 환경 세팅을 하다가 또 황당한 일을 겪었다. 퇴근하면서 PC 본체 USB 포트에 연결된 장비들을 충전하려고 꽂아뒀는데, 다음 날 출근해서 보니 하나도 충전이 안 되어 있는 거다. 알고 보니 메인보드 설정에서 ErP 모드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PC가 꺼지면 전력 공급이 차단되게 되어 있었다. 이게 평소엔 전기 아끼고 좋은 기능인데, 이렇게 뒤늦게 충전이 안 된 걸 발견했을 땐 정말 허탈하다. 작은 설정 하나가 업무 흐름을 툭툭 끊어먹는 느낌이랄까.

협업 툴과 시스템 연동의 현실

요즘은 또 NAVERWORKS 같은 협업 툴이랑 ERP를 연동해서 결재를 바로바로 처리하자는 말이 나온다. 좋은 말인데, 이게 연동 개발비가 꽤 들어간다고 들었다. 견적만 대략 수천만 원 단위라던데, 그 돈 들여서 연동해놓고 정작 직원들이 귀찮다고 안 쓰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벌써부터 사내 메일로 ‘시스템 사용법 숙지’ 공지가 날아오는데,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다 읽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온다.

다들 진짜 편해진 건지 모르겠다

시스템을 교체하고 나서 다들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내 체감 온도는 다르다. 여전히 실무자들은 시스템이 오류를 뱉어낼까 봐 조마조마하고, 관리자들은 데이터가 정확하게 안 들어온다고 닥달한다. 아마 한동안은 이 과도기적인 불편함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완전히 바뀌기보다는 기존의 불편함을 새로운 방식의 불편함으로 대체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다음 주에는 또 회계법인 담당자가 와서 시스템 연동 데이터를 맞춰보자고 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ERP 도입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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