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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지원 학원 등록하고 첫 수업 듣던 날의 어색함

강남역 인근의 흔한 풍경 속으로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코리아IT아카데미 강남지점 근처를 서성였던 기억이 난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고 나니 뭔가 대단한 시작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했는데, 막상 상담을 받으러 가려니 왜 이렇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지. 건물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다들 자기들만의 속도로 바쁘게 움직이더라. 나는 그때만 해도 내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웹퍼블리셔로 만족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상담실에 앉아 계신 분이 꽤나 차분한 목소리로 커리큘럼을 설명해주는데, 사실 그 내용이 귀에 다 들어오진 않았다. 그저 내가 이걸 끝까지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던 것 같다.

6개월이라는 시간의 무게

국비교육 과정이 보통 6개월 정도 잡히는데, 이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처음 한 달은 정말 의욕이 앞섰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원에 앉아 코드를 치는데, 처음 보는 태그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면 묘한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했다. 옆자리 수강생들은 벌써 리액트를 다루고 피그마로 디자인까지 뚝딱 해내는데, 나는 여전히 CSS 레이아웃 하나 잡는 데 한 시간을 끙끙대고 있으니 말이다. 수강료는 내일배움카드로 전액 지원받아 무료로 듣고 있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내 인생에서 꽤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끔 조급해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무력감

수업이 끝나고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은 항상 피로가 겹겹이 쌓인 기분이었다. 가끔은 그린컴퓨터아카데미 쪽에서 공부하는 친구들과 만나서 커피 한 잔 마시기도 했는데, 그 친구들도 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더라. 우리는 주로 AI가 코딩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오면 우리 같은 초보 개발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같은 쓸데없지만 절박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코드 한 줄이라도 더 짜는 게 맞았는데, 그때는 그게 잘 안 됐다. 단순히 화면에 글자를 띄우는 걸 넘어, 내가 만든 웹사이트가 모바일에서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벽

과정 후반부에 들어서면 최종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팀을 짜서 회사 홈페이지 제작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건데, 이게 사람을 정말 피 말리게 한다. 누군가는 백엔드 연동을 맡고, 누군가는 프론트 디자인을 맡는데 나는 맡은 부분에서 자꾸 에러가 났다. 로컬 서버에서는 잘 돌아가던 것들이 배포만 하면 깨지기 일쑤였다. 밤늦게까지 디스코드 켜놓고 화면 공유하면서 동기들이랑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그 시간들이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그때는 정말 이 과정이 끝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게 함정이더라.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인가

결국 그렇게 6개월을 버텼고, 수료증도 손에 쥐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지금 다시 그때의 코드를 열어보면 왜 이렇게 짰을까 싶은 부분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어떤 날은 파이썬을 좀 더 깊게 파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고, 또 어떤 날은 그냥 정직하게 퍼블리싱만 잘할걸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회사에서 간단한 툴이나 자동화 스크립트를 짤 때 그때 배운 기초들이 조금씩 도움이 되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내가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충분한 실력인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그냥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가도, 모니터 앞에 앉으면 또 습관적으로 IDE를 켜게 된다. 이 감정이 성취감인지 아니면 그저 습관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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