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릿 쇼핑몰 대신 무리하게 자체 앱개발을 선택했던 초기 상황
원래는 그냥 상품을 가볍게 소개하고 문의 글이나 받는 정도의 단순한 웹사이트제작만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작년 말쯤 되니까 주변 경쟁 업체들이 하나둘 자체 어플개발을 해서 서비스를 런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걸 보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졌던 것 같다. 카페24나 아임웹 같은 템플릿 형태의 쇼핑몰제작 시스템을 쓰면 월 비용도 저렴하고 관리하기도 훨씬 수월했을 텐데, 괜히 우리 브랜드만의 특별한 기능이 있어야 살아남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졌다. 특히 고객들이 앱에 들어와서 자기 상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분석해서 답을 주는 AI챗봇 기능을 꼭 넣고 싶었다. 인터넷에 앱만드는법을 검색해보니 노코딩 툴로 만드는 방법도 나온다길래 처음엔 직접 해보려고 며칠 밤을 새웠다. 하지만 화면 레이아웃 하나 바꾸는 것도 내 맘대로 안 되고 머리가 아파서 결국 이건 내가 할 영역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닫고 전문가를 찾기 시작했다.
위시켓을 통해 프리랜서 개발자와 공덕역 근처에서 첫 미팅을 진행한 과정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져보니 외주 개발을 하려면 중개 플랫폼을 쓰는 게 그나마 낫다고 해서 위시켓이라는 곳에 프로젝트를 올렸다. 며칠 지나지 않아 몇몇 개발팀과 프리랜서분들이 지원을 했고, 그중에서 포트폴리오에 유사한 챗봇 연동 경험이 있다고 적어둔 1인 개발자를 매칭받았다. 첫 미팅은 공덕역 근처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의 공용 미팅룸에서 진행되었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개발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횡설수설 설명하는 기획을 척척 알아듣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계약서 상의 개발 기간은 딱 2달로 잡혔고, 초기 견적은 800만 원 선이었다. 이때 아웃소싱수수료가 생각보다 비싸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플랫폼이 중간에서 대금을 보관해 주고 단계별로 지급하는 방식이라 안전장치 값이라 생각하고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예상했던 2달의 일정이 4달 반으로 늘어나며 발생한 일정 지연
하지만 계약이 성사되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개발자분은 본업이 바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외주 프로젝트가 겹친 것인지 연락이 점점 늦어졌다. 주말이나 늦은 저녁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도 다음 날 오후에나 답장이 오기 일쑤였다. 원래대로라면 한 달쯤 지났을 때 대략적인 화면 구동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는데, 서버구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에러가 나서 일주일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내가 IT 쪽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윈도우(WINDOWS) 서버 환경과 리눅스 환경의 라이브러리 충돌이 생겨서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를 대면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두 달로 약속했던 프로젝트는 야금야금 미뤄지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받아 손에 쥐기까지는 4달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원래 앱 출시와 함께 진행하려던 마케팅 계획은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다.
기본 견적 800만 원 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 세부 항목들
돈 문제도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처음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는 800만 원이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작업을 진행할수록 추가되는 비용들이 복병처럼 튀어나왔다. 개발자분은 “기본 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은 외부 API 라이선스 비용과 챗봇 엔진 사용료, 그리고 클라우드 서버 월 비용은 고객님 명의로 직접 결제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매달 결제되는 AWS 호스팅 비용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 등록비 등이 내 카드로 매달 긁히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획 단계에서 내가 깜빡하고 빠뜨렸던 사소한 결제 페이지의 동의 체크박스 하나를 추가하는 데도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며 추가 작업비가 발생했다. 결국 이리저리 뜯기고 나니 최종적으로 들어간 돈은 1,300만 원에 육박해 있었다.
기획서의 모호함으로 인해 발생한 소통의 한계와 개발 결과물의 괴리
돌이켜보면 내가 전달한 기획서가 너무 부실했던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직업학원 같은 곳에서 앱 기획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보니, 파워포인트에 사각형 도형 몇 개 그려놓고 “여기서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로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정도로 적은 게 전부였다. 개발자분은 내 거친 기획서를 보고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서 코딩을 해놓았는데, 내가 받아본 화면은 어딘가 엉성하고 어색했다. 버튼의 위치가 손가락이 닿기 힘든 상단 구석에 가 있거나, AI챗봇의 답변 속도가 3초 이상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걸 수정해달라고 요청하니 “기초 설계 단계에서 미리 정의되지 않은 반응형 UI 템플릿이라 지금 와서 뜯어고치려면 소스 코드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며 난감해했다. 내 머릿속의 그림과 화면에 뜬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앱 론칭 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서버 유지 관리의 불확실성
어찌어찌 앱스토어에 등록까지는 성공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이 앱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항상 불안하다. 접속자가 아주 가끔 몰릴 때면 서버가 뻗어버리기도 하고, 특정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아예 앱이 켜지지 않고 꺼진다는 컴플레인 메일이 간혹 들어온다. 개발자와의 계약 기간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간단한 오류 코드 하나 잡는 데도 건당 유지보수 비용을 따로 줘야 하는 처지다. 내가 직접 코드를 열어보아도 외계어처럼 느껴질 뿐이고, 어떤 날은 차라리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초기 기획대로 단순한 모바일 페이지 형태의 웹사이트제작만 할 걸 그랬나 싶은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도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클라우드 서버 유지 비용을 보면서, 이 비싼 장난감을 앞으로 얼마나 더 붙잡고 있어야 할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기획서가 너무 얇아서 개발자분이 자유롭게 해석하신 것 같아요. 특히 반응형 UI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점이 문제였던 것 같네요.
AWS 호스팅 비용 때문에 카드가 계속 긁히는 부분, 정말 답답하셨겠네요. 단순 웹사이트 제작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지금쯤 훨씬 마음 편으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