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관리 프로그램 처음 시작할 때의 막막함
한참 쇼핑몰 정리를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바코드 재고 관리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처음엔 엑셀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주문량이 조금씩 늘어나니까 엑셀 행을 추가하는 것조차 공포가 되더라. 특히 사은품 같은 건 바코드도 없어서 그냥 눈대중으로 넣다 보니 나중에 재고가 10개쯤 모자라거나 남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품고 같은 데서 AI 기반으로 오출고율 줄였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참 부럽긴 한데, 우리 같은 소규모 영세 업체가 그런 시스템을 도입할 형편은 안 되니 결국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20만 원짜리 바코드 스캐너와 씨름하기
결국 무선 바코드 스캐너를 하나 샀다. 약 15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이름 모를 중국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띡 찍으면 화면에 숫자가 착착 올라갈 줄 알았다. 근데 웬걸, 스캔 속도가 느린 건 둘째치고 내 재고 관리 앱이랑 연동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한 달 정도는 거의 매일 밤 퇴근을 못 하고 창고에 쪼그리고 앉아서 노트북이랑 씨름했다. 직원 관리 앱도 같이 써보려고 했는데, 결국 사람이 수동으로 입력하는 부분이 줄어들지 않으니 일당백이라는 말은 솔직히 좀 거창한 소리처럼 느껴졌다.
창고 구석에서 바코드를 붙이던 시간들
물류센터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창고는 꽤 복잡하다. 6개월쯤 전부터 모든 상품에 일일이 바코드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사람 지치게 하는 일이다. 라벨지에 출력해서 자르고 붙이는 작업만 하루에 3시간씩은 걸렸다. 아마존 같은 곳은 로봇이 알아서 바닥 바코드를 판독한다는데, 나는 내 손으로 찍고 확인하고 다시 수량 확인하고. 입고 처리 한 번 하는 데 예전에는 72시간이 걸렸다면 이제는 5초면 된다는 기술적인 이야기가 정말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물론 5초보다는 빠르지만 여전히 사람은 필요하니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져온 작은 재앙
며칠 전에는 사용 중인 재고 관리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면서 연동된 데이터가 꼬이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갑자기 로그인이 안 되더니 어제 입고된 물건들 기록이 다 사라진 거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어도 답변은 몇 시간 뒤에나 오고, 결국 백업 파일을 뒤져서 일일이 수동으로 다시 입력을 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당황해서 밤을 새우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재고 관리란 게 결국은 운 좋게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날과, 가끔 이렇게 꼬여서 고생하는 날의 반복인 것 같다.
기술이 있어도 여전히 수동으로 남는 일들
RFID나 온습도 센서 같은 걸 도입하면 정말 편해질까? 주변에서는 이제 스마트 물류로 가야 한다고들 하는데, 당장 공급망 불안 때문에 원물 가격이 올라서 죽겠는데 시스템까지 바꾸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바코드 스캐너가 인식 안 될 때마다 씩씩거리는 게 일상의 전부다. 시스템을 써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영역은 그대로다. 오히려 기계가 오류를 내면 그걸 잡아내는 게 더 큰일이 될 때도 있다. 완벽한 솔루션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긴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 욕심인 걸까 싶다. 일단은 오늘도 스캐너를 쥐고 창고로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