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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더존 ERP10은 여전히 낯설다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금방 익숙해질 줄 알았다

우리 사무실에 더존 ERP10을 도입한 지 벌써 반년이 넘었다. 처음엔 다들 그룹웨어랑 회계 프로그램이 하나로 묶여 있다고 하니, 이제 일일이 엑셀로 따로 정리 안 해도 되겠구나 싶어서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었다. 도입 비용이 꽤나 부담스러웠지만, 대표님이 ‘이게 다 스마트한 업무 환경을 위한 거’라고 강조하시니 다들 일단 믿고 시작했던 거다. 처음 며칠은 로그인하는 화면부터 생소해서 다들 멍하니 모니터만 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메뉴는 왜 이렇게 많은지, 사실 지금도 다 쓰지는 못한다. 아니, 절반도 안 쓰는 것 같다.

메뉴를 찾다가 오전 시간이 다 가버리는 기분

가장 짜증 나는 건 역시나 메뉴 찾기다. 어제 분명히 여기서 뭘 눌렀던 것 같은데, 오늘 다시 켜면 도대체 어디에 박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어떤 기능은 메뉴 트리 제일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서, 매번 검색창에 단어를 쳐보는데 그것도 정확한 명칭을 모르면 검색 결과가 나오질 않는다. 사실 상담해주시는 분이 와서 교육을 해주긴 했는데, 그때는 ‘아, 그렇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돌아서면 까먹는 게 사람 마음이다. 특히 전표 입력하다가 갑자기 다른 서류를 확인해야 할 때, 창을 여러 개 띄우면 시스템이 조금씩 버벅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참 사람 피를 말린다.

업데이트할 때마다 레이아웃이 미묘하게 바뀐다

가끔 업데이트 알림이 뜨면 마음이 덜컥한다. 좋게 바뀌는 거겠지 싶으면서도, 사실 레이아웃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내가 맨날 쓰던 버튼 위치가 달라질까 봐 무섭다. 저번에는 업데이트하고 나서 갑자기 결재 라인 설정하는 창이 예전이랑 다르게 떠서 한참을 헤맸다. 결국 다른 팀 대리님한테 전화해서 ‘거기서 설정 어디서 해요?’라고 물어보고 나서야 해결했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이 모여서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는 시스템이 오히려 우리를 방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엑셀이랑 씨름하던 옛날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한데, 가끔은 옛날 방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연동되지 않는 외부 데이터와의 싸움

가장 고민인 지점은 우리가 쓰고 있는 다른 외부 서비스랑 데이터가 깔끔하게 안 붙는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쓰는 별도의 물류 관리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게 ERP10이랑 API로 어떻게든 연결은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숫자가 안 맞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결국 내가 일일이 대조해봐야 한다. ‘ERP 시스템이니까 알아서 다 해주겠지’ 싶었던 건 너무 큰 착각이었다. 결국 시스템이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틀리지 않게 사람이 뒤를 봐줘야 하는 구조인 것 같다.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굳이 이걸 다 배워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주변에선 다들 더존을 쓰니까 이게 당연한 표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회사 친구들 만나서 물어보면 다들 비슷한 소리를 한다. ‘메뉴 찾는 게 일이지 뭐.’ 다들 그러려니 하고 사는 모양이다. 10년 전에는 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정말 대단해 보였는데, 막상 매일같이 이걸 켜놓고 살아보니 그냥 또 하나의 복잡한 창문일 뿐이다. 퇴근하기 전에 오늘 입력한 매출 데이터가 혹시라도 어디서 꼬인 건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엔 그냥 엑셀 파일 닫고 가면 됐는데, 이제는 혹시 데이터가 전송 안 됐을까 봐 괜히 시스템 로그를 한번 더 뒤적거린다. 다음 달에는 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다는데, 과연 그게 우리 업무를 얼마나 편하게 해줄지 의문이 좀 든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상태에서 더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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