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은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막막했던 날들
처음 ERP정보관리사 공부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그냥 막연히 사무직 관련 자격증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전산회계랑 고민하다가, 뭔가 이름부터가 좀 더 시스템적인 느낌이 들어서 덜컥 ERP정보관리사 회계 2급을 선택했다. 교재를 사고 나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걸 내가 혼자 할 수 있을까’였다. 더존 프로그램 화면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낯선 메뉴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 한 시간은 그냥 마우스만 까딱거리다가 껐던 기억이 난다. 인강을 듣는 게 나을지, 아니면 그냥 책을 통째로 외우는 게 나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무료 강의들을 띄워놓고 무작정 따라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혼자 연습할 때 마주한 현실적인 벽
집에서 연습할 때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부터가 일이었다. 생각보다 설치 오류가 잦아서 구글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5만 원이 채 안 되는 교재비만 생각했는데, 실제 공부 과정에서 들어가는 시간 비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전표 입력을 하다가 잔액이 안 맞아서 식은땀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히 맞게 입력한 것 같은데 왜 자꾸 차액이 발생하는지. 이게 실무였다면 정말 식은땀 났을 텐데, 시험 대비용으로 풀면서도 매번 ‘대체 왜’라는 질문만 반복했다. 비슷한 자격증으로 전산세무나 회계 관련 자격증이 많지만, ERP는 좀 더 전반적인 시스템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느낌이라 더 피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시험장까지 가는 길과 대기 시간의 기억
시험 당일은 생각보다 날씨가 좋아서 오히려 더 긴장됐다. 서울 어디쯤 있는 고사장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마음속으로 계속 계정과목을 되뇌었다. 고사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친구들부터 조금 더 연배가 있어 보이는 분들까지, 다들 손에 두꺼운 수험서를 들고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그 짧은 대기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폰을 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책을 펼치기엔 이미 머릿속이 포화 상태라 그냥 창밖만 멍하니 쳐다봤다.
막상 시험을 치르면서 느꼈던 묘한 불편함
시험이 시작되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 연습할 때보다 훨씬 좁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마우스 감도도 집에서 쓰던 거랑 달라서 조금 불편했다. 이론 문제는 어떻게든 풀겠는데, 실무 문제에서 프로그램 창을 왔다 갔다 하며 입력하는 게 예상보다 더 귀찮았다. 특히 기초 정보 등록을 할 때 오타가 나면 뒤의 전표 입력이 다 꼬여버리는데, 그걸 발견했을 때의 그 찝찝함이란. 연습할 때는 한 번에 딱딱 맞았던 것들이 시험장에서는 왜 그렇게 엇박자가 나는지 모르겠다. 1급은 또 얼마나 더 복잡할지 상상하니 2급으로 시작하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걸 따는 게 정말 실무에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끝나고 나니 남는 건 약간의 후회와 찝찝함
시험이 끝나고 고사장을 나오는데, 뭔가 후련하기보다는 ‘아, 그 부분 그렇게 입력하지 말걸’ 하는 생각만 계속 맴돌았다. 합격 점수가 70점인데, 내가 간당간당하게 붙을지 아니면 떨어질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슬쩍 검색해 봤다.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 프로그램이 익숙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는 말들.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 더 걸린다는데, 그 기간 동안 이걸 다시 준비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자격증으로 넘어가야 할지 고민이 계속될 것 같다. 뭔가 개운하게 끝난 기분이 아니라서 오늘 밤은 잠이 잘 올지 모르겠다.

전표 입력할 때 제가랑 똑같은 경험이라 정말 공감했어요. 시스템 흐름을 파악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던 것 같아요.
더존 프로그램 처음 접했을 때 막막했던 경험, 저도 비슷했었어요. 특히 기초 정보 등록 오타 때문에 전표가 꼬이는 상황은 정말 끔찍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