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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개발 견적 받다가 지쳐서 그냥 멈춘 이야기

처음에는 단순히 기능 몇 개만 넣으려고 했다

부동산 관련해서 간단한 공유 플랫폼을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지도 띄우고, 매물 올라오고, 연락처 누르면 바로 연결되는 그런 수준. 친구랑 둘이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켜놓고 끄적거리다가, 도저히 우리 수준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때부터 SI업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재앙의 시작이었다. 처음 연락한 곳은 규모가 꽤 큰 곳이었는데, 우리 같은 개인 단위의 프로젝트는 거의 상대도 안 해주려는 분위기였다. 미팅 잡는 것부터가 일주일이 걸렸고, 사무실에 찾아갔더니 담당자가 하는 말이 ‘요즘 SI 시장이 다 그렇다’며 대뜸 억 단위 견적부터 부르더라. 물론 그쪽은 기업용 플랫폼을 주로 다루는 곳이라 체급이 안 맞았던 거긴 한데, 너무 허탈했다.

견적서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라 당황스럽다

조금 작은 규모의 웹개발 업체들을 몇 군데 더 찔러봤다. 견적 범위가 정말 넓다. 어떤 곳은 3,0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하고, 어떤 곳은 최소 2억은 잡아야 제대로 된 기능이 돌아간다고 한다. 사실 어떤 기능을 넣느냐에 따라 다른 건데, 내가 정확한 스펙을 몰라서 그런지 업체들마다 말하는 ‘필수 기능’의 정의가 다 달랐다. 누구는 일정관리프로그램이 핵심이라며 그게 비용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고, 누구는 그건 웹퍼블리싱 단계에서 템플릿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한다. 들을 때는 다 맞는 말 같다. 그러다 보니 내 정신은 점점 혼미해졌다. 아는 개발자 형한테 물어보니 ‘그거 딱 봐도 SI 업체들이 자기들 편한 방식으로 개발하려고 유도하는 거다’라며 말리더라. 그 형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내가 직접 하기엔 이미 배가 너무 많이 떠나버린 상황이었다.

매번 상담할 때마다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게 고역이다

거의 10군데 정도 상담을 받은 것 같다. 매번 미팅 때마다 우리 플랫폼이 뭘 하려는 건지, 타겟 유저는 누구인지, 결제 연동은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해야 한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설명했는데, 다섯 번째 업체쯤 가니까 기계적으로 말을 뱉게 되더라. 이게 참 피곤한 일이다. 사실 내가 말하면서도 ‘이게 진짜 시장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상대 업체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이거 정말 좋은 아이템이네요’라며 추임새를 넣는다. 그 어색한 공기가 너무 싫었다. 한 곳은 미팅 끝나고 나서 거의 매일 전화가 왔다. 거의 추심 전화 수준으로 집요하게 연락이 오는데, 이게 보이스피싱인지 영업인지 구분도 안 될 정도로 피로감이 쌓였다. 정중히 거절해도 며칠 지나면 다른 담당자가 전화해서 물어본다.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 의문만 커진다

오늘도 또 다른 업체랑 메일을 주고받았다. 견적 금액은 대략 5,000만 원 정도인데, 이번에는 기능 명세서까지 써서 보내달란다. 이걸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게 맞나 싶다. 9,000억 단위로 움직이는 대형 기업 인수합병 기사들을 보다가 내 작은 견적서를 보면 참 초라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나는 이 플랫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지, 이걸로 정말 수익을 낼 준비는 안 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엔 그냥 웹개발 공부나 조금 더 해서 간단한 랜딩 페이지라도 직접 만들어서 올리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싶다. 업체에 맡기는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프로젝트가 굴러가기 시작할 텐데, 그 속도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일단 멈추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냥 멍하니 웹개발 관련 커뮤니티 눈팅이나 하고 있다. 엣지 AI니 로보틱스니 하는 거창한 기술 기사들을 보면 내가 하려던 게 얼마나 작은 건지 다시금 깨닫는다. 뭐, 꼭 지금 당장 결과물을 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사실 5,000만 원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정말로 이 아이템이 시장에서 가치가 없는 건지 확인해볼 방법이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한 건, 무작정 SI업체 문을 두드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거다. 지금은 이 고민조차 좀 지겨워져서 그냥 손을 놓고 있다.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은 해뒀는데, 아마 당분간은 연락 안 할 것 같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틀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이게 제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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