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다
몇 달 전쯤, 간단한 웹앱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했을 때였다. 얼굴인식 기능을 넣은 MVP 모델을 구상 중이었는데, 처음부터 거창하게 팀을 꾸리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뭐라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와야 투자를 받든, 아니면 내가 직접 운영을 해보든 할 텐데, 아이디어만 들고 있는 상태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요즘 다들 이용한다는 유명 외주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안일했다. 내가 구체적인 기획서도 없이 ‘얼굴인식 기반의 매칭 시스템’이라는 추상적인 키워드만 던져놓았으니, 제대로 된 견적을 기대하는 게 이상했다.
견적 메시지가 쏟아지는데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글을 올리고 반나절도 안 지나서 메시지가 열 개 넘게 왔다. 대부분은 자기가 어디 업체라면서, 포트폴리오를 주르륵 보내왔다. 그중에는 예산 500만 원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곳도 있었고, 최소 3,000만 원은 잡아야 한다는 곳도 있었다. 가격 차이가 이렇게 심하게 나는 게 이해가 안 가서 몇 군데 직접 전화를 돌려봤다. 어떤 곳은 ASP 솔루션을 그대로 갖다 붙이면 된다고 했고, 또 다른 곳은 커스텀 개발을 해야 해서 기간이 3개월은 걸린다고 했다. 나는 기술적인 이해도가 낮으니 누가 맞는 말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나중에는 메시지를 읽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돼서 며칠 동안 사이트 접속을 안 했다.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다 써버린 기분
그 와중에 지인이 알려준 GD웹 같은 포트폴리오 사이트들을 찾아봤다. 여기저기 개발자 커뮤니티도 기웃거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새벽 2~3시가 훌쩍 넘어가 있더라. 웹앱 하나 만들자고 시작한 일이 정작 개발은 손도 못 대고, 어떤 업체를 선정할지 고민하는 일로 일상이 점령당했다. 가끔은 ‘차라리 학원이라도 다녀서 내가 직접 만드는 게 빠르지 않을까?’ 같은 무모한 생각도 들었다. 물론 코딩의 ‘ㅋ’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외주 업체를 고르는 과정이 불투명하게 느껴져서 답답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SI개발 업계가 원래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고 하던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정말 속이 타는 일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미팅을 몇 번 잡으려고 시도도 해봤다. 판교 근처나 강남역 쪽 카페에서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실무를 하는 개발자보다는 영업을 담당하는 분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초정밀 데이터 분석도 가능하다’ 같은 화려한 말들을 들었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그 사소한 기능 하나를 구현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 다들 프로젝트 기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속도보다 제대로 된 기능 구현이 더 걱정이었으니까. 중간에 말이 엇갈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점차 지쳐갔다. 결국 나는 프로젝트를 잠시 멈췄다.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멈춘 상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준비 없이 뛰어든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외주 사이트를 둘러보긴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사람을 찾지는 않는다. 여전히 얼굴인식 솔루션은 매력적인 아이템 같지만, 막상 이걸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그 피로감이 너무 컸다. 주변에서는 요즘은 노코드 툴로도 어느 정도는 흉내 낼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알아보려면 공부가 필요하다니 참 쉽지 않다. MVP 하나 만드는 데도 이렇게 큰 에너지가 드는데, 나중에 진짜 서비스 운영은 어떻게 하려고 그랬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수정본_최종_진짜최종.docx 같은 파일들만 쌓여 있다. 이게 다 부질없는 건지, 아니면 언젠가 다시 꺼내 볼 밑거름이 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포트폴리오 사이트 찾아보신 거 보니, 제가 비슷한 경험 한 적 있더라구요. 실무 개발자 연결이 어려운 부분은 정말 답답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