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판 비즈니스 계정에 아무도 오지 않아서 시작한 맨땅 헤딩
합정역 근처 공유오피스 4층 구석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 때마다 한숨부터 나왔다. 야심 차게 직접 디자인한 수제 가죽 소품을 팔아보겠다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홈페이지까지 다 만들었는데, 진짜 문제는 홍보였다. 인스타그램만들기 자체는 스마트폰으로 5분도 안 걸려 끝냈지만, 사진 몇 장 올린 피드에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인들이 눌러준 좋아요 몇 개가 전부인 화면을 며칠 동안 멍하니 들여다보다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남들은 숏츠니 뭐니 하는 짧은 영상으로 몇만 조회수를 쉽게 찍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내가 삼각대를 세워두고 가죽을 다듬는 영상을 찍어 올리니 조회수는 두 자리를 넘기기 힘들었다. 결국 그냥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찾아와 주길 기다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뭐라도 영업을 뛰어야겠다는 마음에 계정들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직접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방법밖에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게 고생길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하루에 수십 통씩 모르는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며 느낀 피로감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인스타DM보내기였다. 우리 브랜드의 분위기와 어울릴 만한 사람들을 무작정 검색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번에 새로 론칭한…”으로 시작하는 뻔한 인사말을 복사해서 붙여넣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상대방의 피드를 꼼꼼히 읽고 어울리는 코멘트를 덧붙여 정성스럽게 보냈지만, 밤마다 2시간씩 스마트폰을 붙잡고 타자를 치다 보니 손가락이 아려왔다.
가장 짜증 나는 건 인스타그램의 알 수 없는 제한 규정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비슷한 메시지를 여러 명에게 보내면 스팸 계정으로 인식되어 임시 차단을 당한다는 소리를 듣고, 일부러 한 통 보내고 3분 쉬고 다시 보내는 짓을 반복해야 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시간 낭비를 해가며 기계처럼 굴어야 하나 싶어 자괴감이 밀려왔다. 게다가 10명에게 보내면 답장이 오는 건 겨우 한두 명 있을까 말까였다. 대부분은 읽지 않음 상태로 남았고, 읽음 표시가 떴는데도 답장이 없으면 미묘하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네이버 키워드 광고에 돈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나오면 그냥 네이버키워드광고를 설정해 두고 노출되기를 기다리는 방식을 주로 썼다. 한 달에 8만 원 정도 소액으로 키워드를 걸어두면 적어도 내 시스템 뒤에서 알아서 기계적으로 돌아가니까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클릭당 얼마씩 나가는 비용이 좀 아깝긴 해도, 육체적으로 피곤할 일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SNS라는 공간은 사적인 영역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광고마케팅을 진행하는 내내 사람 대 사람으로 부딪히는 피로감이 컸다. 차라리 정직하게 돈을 내고 노출시키는 파워링크 광고가 마음은 편했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인스타에서 무작정 DM을 돌리는 건 돈은 안 들지 몰라도 내 멘탈과 시간을 실시간으로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주변에서는 인스타팔로워늘리기 서비스를 써서 대충 계정 덩치부터 키워놓고 시작하라고 꼬시기도 했다. 3만 원 정도만 주면 외국인 계정으로 팔로워 수를 몇천 명 늘려준다는 사이트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영혼 없는 숫자를 채워봤자 진짜 내 물건을 살 사람들은 아닐 텐데 싶어 왠지 찜찜했고, 계정이 저품질로 날아갈까 봐 선뜻 결제하지도 못했다.
모델을 섭외하려다 마주한 현실적인 비용과 소통의 장벽
가죽 지갑을 들고 찍어줄 한국여자모델 분들을 섭외하고 싶어서 해시태그를 뒤져 프로필에 협찬 문의라고 적어둔 분들에게 또다시 DM을 보냈다. 마음에 드는 분위기의 크리에이터를 찾아서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데만 꼬박 3일이 걸렸다. 겨우 연락이 닿아 단가를 물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싼 피드 업로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분들의 영향력과 사진 찍는 노고를 생각하면 당연한 대가겠지만, 이제 막 시작해서 한 달 매출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1인 브랜드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액수였다. 그렇다고 무료 협찬만 제안하자니 무례해 보일까 봐 눈치가 보였고, 제품만 받고 피드에 올려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늘 따라다녔다. 실제로 한 번은 제품을 보내준 뒤로 감감무소식인 분이 있었는데, 먼저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참 쪼잔해 보여서 그냥 속만 끓이고 넘어간 적도 있다. 이런 식의 조율 과정 하나하나가 나 같은 소심한 사람에게는 꽤 큰 감정 소모였다.
영혼 없는 댓글과 스팸 필터 사이에서 길을 잃다
어쩌다 내 피드에 새 인스타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뜨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내 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이 생긴 건가 싶어 얼른 앱을 켜보면, 십중팔구는 자동 프로그램을 돌리는 마케팅 대행사들의 광고 댓글이었다. “피드가 너무 좋네요~ 소통하고 지내요!” 같은 복사 붙여넣기 식의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맥이 탁 풀렸다. 이런 영혼 없는 소통을 나도 맞댓글로 해줘야 계정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지만, 차마 그런 거짓 눈속임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댓글을 그냥 방치해 두자니 내 계정이 버려진 곳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 되었고, 일일이 지우는 것도 일이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생태계 자체가 진짜 유저들의 소통보다는 서로 어떻게든 노출을 늘려보려고 꼼수와 봇이 판치는 거대한 장판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 눈앞에 보이는 숫자들이 진짜 사람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이 흉내 내는 허상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었다.
결국 뭐가 정답인지 모른 채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저녁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누워서 습관적으로 인스타를 켰다. 또 누군가에게 보낼 DM 내용을 머릿속으로 굴리다가 그냥 화면을 꺼버렸다. 확실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비용을 아끼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이게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저 눈앞의 팔로워 한 명, 하트 한 개에 연연하면서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는 꼴이 우습기도 하다.
내일은 또 합정 오피스로 출근해 노트북을 켜고 새 피드에 올릴 사진을 보정하겠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답답하다. 이 고단한 짓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자연스럽게 유입이 늘어날지, 아니면 결국 다른 광고 채널로 갈아타야 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손가락을 올려 무의미하게 피드를 내리며 남들의 화려한 계정만 훔쳐볼 뿐이다.

밤마다 손가락이 아플 정도였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마치 자동화된 프로그램처럼 반복하는 과정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마음에 안 드는 경험이 많으셨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SNS 홍보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을 때, 억지로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다가 더 지치고 힘들더라고요.
인스타는 진짜 시간 낭비 같아요. 팔로워 수에 매달리는 거 말고, 진작부터 어떤 컨텐츠를 만들지 고민해봤어야 했는데.